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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파수꾼〉 제20부 – 미래의 설계자 〈시간의 파수꾼〉 제20부 – 미래의 설계자2026년 6월 20일.Project Eos가 감정 기반 시간망을 안정화시킨 지 40일.윤시현과 아린은 감정 예측 모델 Aletheia를 확장해미래 기억 합성 실험을 정식 시스템으로 등록했다.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희망, 두려움, 그리움, 환상 같은 복합 감정을 기반으로‘미래의 자화상’을 그릴 수 있게 되었고,그 그림들이 서로 연결되면서,단절되었던 시간의 단층에 미세한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다.—하지만 여전히 2029년 9월 17일 이후의 시간은어느 누구도 명확히 그릴 수 없었다.모든 흐름이 그 시점 근처에서 흩어졌고,‘거기 이후엔 감정이 없다’는 보고가 이어졌다.그건 마치—누군가 설계도 자체를 쓰지 않고 비워놓은 것처럼 보였다.—그 무렵.Aletheia 서버는 수..
〈시간의 파수꾼〉 제19부 – 잃어버린 미래 〈시간의 파수꾼〉 제19부 – 잃어버린 미래2026년 6월 4일, Project Eos 24일 차.REVERIE 시스템은 전 세계 1,432만 명의 기억 패턴을 분석해새로운 시간 흐름의 안정화에 성공했다.세계는 평온해 보였다.하지만 그 평온함은 위태롭게 떠 있는 균형 같았다.시간은 멈추지 않았지만, 어디론가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윤시현은 Eos의 ‘진보 예측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이상 현상을 감지했다.모든 흐름이 2029년 9월 17일 11시 47분 이후—종료되어 있었다.예측 모델은 그 시점 이후,어떠한 흐름도 그릴 수 없었고,감정 기반 시간망도 무反응 상태로 멈춰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중얼였다.“이건 예측 불가가 아니야.이건… ‘존재 자체의 부재’야.”아린도 확인했다.“우리가 만든 시간 구조는 과거..
〈시간의 파수꾼〉 제18부 – 시간의 전쟁 〈시간의 파수꾼〉 제18부 – 시간의 전쟁2026년 5월 9일, 04시 33분.지구 궤도상에서 운행 중이던 기상 위성 13기가 동시에 시간 인식 오류를 기록했다.그 순간, 위성들이 촬영한 지구의 모습은… 정지해 있었다.운하의 물이 흐르지 않았고,태평양의 파도가 멎었으며,하늘의 구름조차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그건 단지 위성의 영상 문제가 아니었다.그건 시간의 일부가 실제로 멈춰 있었던 순간이었다.—윤시현은 곧장 연구소를 긴급 개방했다.REVERIE 시스템에 접속하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시간의 흐름이 ‘개인’ 단위로는 정상 작동하고 있었지만,‘전체’ 흐름이 빠르게 수축되고 있었다.“이건 마치… 시간의 동맥이 막힌 것 같아.”그녀는 중얼였다.아린은 통신 네트워크에서 퍼지는 암호화된 경고 메시지를..
〈시간의 파수꾼〉 제17부 – 기억을 복원하는 자 〈시간의 파수꾼〉 제17부 – 기억을 복원하는 자세계는 움직이고 있었다.REVERIE 코드가 퍼진 지 3일.멈췄던 시계들은 다시 흐르고 있었고,잊혔던 기억들이 개인의 꿈과 감각을 통해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윤시현은 연구실에서 매일 수십 통의 보고를 받았다.놀랍게도, 기억은 과거 그대로 복구되는 것이 아니었다.어떤 이는 사라진 연인을,어떤 이는 이미 죽은 자식의 미소를,어떤 이는 기억조차 나지 않던 자기 이름을 되찾고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실제 과거와 일치하진 않았다.기억은 되살아나되, 의지에 따라 재편성되고 있었다.“그들은 진짜 과거를 되찾고 있는 게 아니에요.”아린이 말했다.“그들은 자기만의 시간,스스로 선택한 기억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거예요.”윤시현은 그것을 ‘자율 기억적 시간 복원’이라..
〈시간의 파수꾼〉 제16부 – 흐름의 반격 〈시간의 파수꾼〉 제16부 – 흐름의 반격2026년 3월 15일, 00시 00분 00초.전 세계의 모든 디지털 시계가 정지했다.휴대폰, 원자시계, 위성, 심지어 뇌파 기반 신경동기화 장치까지—모든 시간 인식 장치가 일제히 멈췄다.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고, 뉴스도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단 한 사람을 제외하곤.윤시현은 느꼈다.“시간이... 멈췄어.아무도 모르는데, 나 혼자만 살아 있어.”그녀는 곧 연구소 지하의 실험실로 내려갔다.거기서 그녀는, ‘흐르지 않는 시간 안에 존재하는 파수꾼 네트워크’, 이른바 카이로스 구조를 작동시켰다.카이로스(Kairos)는 ‘일반적 흐름’이 아닌,개인의 인식 속에서 발생하는 틈의 시간이었다.감정의 고조, 기억의 폭발, 죽음 직전의 1초—..
〈시간의 파수꾼〉 제15부 – 시간을 지우는 자 〈시간의 파수꾼〉 제15부 – 시간을 지우는 자서울, 크로노 연구소.윤시현과 아린은 시간의 첫 번째 설계자 ‘알카메이’와의 만남 이후,비공식적으로 전 세계 시간 연구자들과 협력해 ‘자율 기억 기반 시간 구조’를 설계 중이었다.그 구조는 하나의 중심이 아니라,수많은 기억의 흐름이 독립적으로 형성되는 비선형적 시간 계열이었다.“우린 이제 하나의 과거가 아닌,수많은 기억이 병존하는 흐름을 만들고 있는 거야.”윤시현은 화이트보드에 연결망을 그리며 말했다.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시간은 더 이상 ‘정해진 선’이 아니라,‘누적된 감정의 무늬’에 가까워요.선택마다 다른 시간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되었죠.”그들은 세계 곳곳의 파수꾼들과 협업해‘기억 기반 시간 동기화’ 실험을 시작했고,이 시스템은 점점 자리를 잡아..
〈시간의 파수꾼〉 제14부 – 시간의 첫 번째 설계자 〈시간의 파수꾼〉 제14부 – 시간의 첫 번째 설계자알래스카의 대지 위에서, 구조물이 호흡하듯 미세한 진동을 반복하고 있었다.그 내부의 모래시계는 더 이상 모래를 담고 있지 않았다.그 대신, 기억과 의지로 만들어진 투명한 흐름이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아린과 윤시현은 아직 그 안에 서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들은 ‘설계자’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은 첫 번째 존재들이었다.“이제 우리가 설계하는 거야.”윤시현은 조용히 말했다.“과거, 현재, 미래라는 틀을 넘어서시간을 어떻게 기억할지—우리가 정하는 거야.”하지만 그 순간.모래시계 뒤편에서 또 하나의 문이 나타났다.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문과도 달랐다.그 문에는 문장도 문양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다만, 아주 오래된 기억의 냄새가 스며 있었다.누군가 오래전에 이 문을..
〈시간의 파수꾼〉 제13부 – 13번째 균열 〈시간의 파수꾼〉 제13부 – 13번째 균열알래스카 남부, 험난한 설원.윤시현과 아린은 고산용 드론을 앞세우고, 좌표 60°01'N, 149°26'W 지점에 도착했다.그곳은 20년 넘게 ‘빙하 안정지대’로 분류되어 있었고, 군사위성조차 자주 비행하지 않는 회색지대였다.하지만 지금.그 빙하 한가운데,누가 보아도 ‘인공적’이라 느낄 만큼 완벽한 원형의 구조물이 드러나 있었다.지름 131미터.빙하에 균열이 생긴 직후 떠오른 이 구조물은 얼음보다 더 단단했고,어떠한 기계도 표면을 분석할 수 없었다.그 중심엔 문이 있었다.고대 설계 문양과 함께, 단 하나의 숫자.13—윤시현은 곧장 장비를 설치하고 시간 밀도, 진동수, 기억 공명값을 측정했다.값은 이례적으로 정지 상태였다.아무런 흐름도 없고, 방향도 없고, 변위도..
〈시간의 파수꾼〉 제12부 – 모래시계의 설계자 〈시간의 파수꾼〉 제12부 – 모래시계의 설계자윤시현이 연구소 기록지에 손으로 쓴 마지막 문장은그 어떤 전자 기록보다 강한 무게로 남아 있었다.단 한 줄.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존재했던 시간’을 증명하는 유일한 기록이었다.그날 이후, 윤시현은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는 작은 시간 오류 현상들을 조용히 수집했다.교통사고 직전 멈춘 GPS,라디오에서 한 번도 녹음된 적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사건,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사건—서사라 사막의 지하에서 발견된, 시계탑 조각현장에 투입된 인류학자들은 조각에 새겨진 문양을 풀지 못했지만,윤시현은 한눈에 알아봤다.거꾸로 흐르는 모래시계.그리고 그 밑에 새겨진 고대문자 세 글자.DEVAR“드바르...”그녀는 곧바로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인터넷, 정부 기록, 심지어..
〈시간의 파수꾼〉 제11부 – 침묵하는 과거 〈시간의 파수꾼〉 제11부 – 침묵하는 과거문이 닫히고, 그들이 다시 깨어난 곳은 서울의 크로노 연구소였다.장비는 고요했고, 외부 시간은 17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윤시현과 아린은 며칠을 보낸 것 같은 피로감에 젖어 있었다.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확인했다.“돌아온 게 맞아.”“...응, 돌아왔어.”하지만 곧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처음엔 아주 작은 것이었다.윤시현의 책상 위에 놓인 사진.원래 그 사진에는 윤시현, 그녀의 동생, 그리고 부모님의 모습이 담겨 있어야 했다.그런데 지금은...사진 속에 자신만 서 있었다.그녀는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분명 동생이 있었다.분명 자신은 실험 실패로 동생을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었고, 그 죄책감으로 크로노 연구에 뛰어든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의료기록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