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파수꾼〉 제6부 – 시간의 심장
〈시간의 파수꾼〉 제6부 – 시간의 심장검은 로브를 두른 존재는 마치 시간 그 자체를 두른 것처럼 보였다.모래시계로 만든 가면은 빛을 반사하지 않았고, 입도 귀도 보이지 않았다.그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잊힌 도시 전체에 묘한 울림이 퍼졌다.그리고 주변의 시계탑들이 하나둘,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천천히, 3시 33분 33초를 지나치는 찰나.“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어.”윤시현이 중얼였다.그러나 아린은 달랐다.그는 온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움직이는 건 시간이 아니라, 기억의 파편들이었다.수천 개의 기억이 거꾸로 흘러가며, 자신들의 주인을 찾아가려는 듯 몸부림치고 있었다.그 존재가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남성, 여성, 아이, 노인,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이 동시에 말하는 듯한 공명.“너희..
〈시간의 파수꾼〉 제3부 – 시간의 균열
〈시간의 파수꾼〉 제3부 – 시간의 균열0.0001초.그 시간 동안 아린은 낙하했다.무너지는 시계탑 속 붕괴된 공간을 지나, 그는 검은 틈 사이로 빨려들어갔다. 마치 현실과 비현실의 틈새에 있는, 물리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곳.그리고 그가 도달한 장소는 ‘시간의 바깥’이었다.거긴 어떤 감각도 존재하지 않았다. 색이 없고, 냄새도 없고, 중력도 없고, 심지어 언어도 닿지 않았다.단 하나, 소리 없이 진동하는 기억들만 떠다녔다.가장 오래된 기억, 가장 지워진 기억, 가장 원초적인 기억들이.그 중 하나가 아린에게 다가왔다.그 기억은 열기 어린 불빛 속 병원 복도였고, 울부짖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깃들어 있었다.“이건...”아린은 말할 수 없었지만, ‘인식’했다.자신이 죽었다고 믿었던 그날 밤.그러나 기억..